세모산 밋업 프로젝트 중간 회고
이번 세모산 밋업 프로젝트를 중간까지 해오면서, PM인 내가 어떤 고민을 했고 무엇을 정리해왔는지 조금 편하게 회고처럼 남겨보려고 한다. 완성된 프로젝트를 돌아보는 회고라기보다는, 중간 시점에서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 지금 어떤 걸 배우고 있는지 정리하는 기록에 더 가깝다.
먼저 느낀 점
초반의 세모산은 아이디어 자체는 분명히 매력적이었는데, PM 입장에서는 그 아이디어를 실제 서비스 흐름으로 정리하는 일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느꼈다. 누구를 위한 서비스인지, 첫 화면에서 사용자가 뭘 이해해야 하는지, 어떤 기능부터 MVP로 잡아야 하는지가 한 번에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세모산이 초보자용 추천 서비스인지, 등산 기록 서비스인지, 커뮤니티형 서비스인지가 동시에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고, 그래서 처음에는 기능이 많아 보이는데도 핵심 메시지가 조금 퍼져 있는 느낌이 있었다. 그걸 정리하는 게 중간까지 내 역할의 핵심이었다고 생각한다.
중간까지 PM으로서 가장 많이 한 일
내가 중간 시점까지 가장 많이 한 일은 새로운 기능을 마구 추가하는 게 아니라, 세모산의 중심 흐름을 계속 정리하고 문서화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선 세모산의 1차 핵심 흐름을 아래처럼 다시 잡았다.
- 온보딩
- 코스 탐색 / 등산 시작
- 실시간 도우미
- 기록 아카이빙
- 기록 공유 또는 커뮤니티 연결
이 흐름이 잡히고 나서야 요구사항 정의서, 기능명세서, 요구사항-기능 매핑표, 운영정책, 심사용 테스트 시나리오 같은 문서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중간 시점까지 가장 큰 변화였다.
작업하면서 남겨둔 시안들
아래 이미지는 중간 작업 과정에서 정리한 세모산 홍보물 시안이다. 단순 디자인 결과물이라기보다, 세모산이 어떤 메시지로 보이길 원하는지 정리해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중간까지 오면서 잘했다고 느낀 점
1. 서비스 방향을 계속 초보자 친화적으로 붙잡고 있었던 점
세모산은 결국 등산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도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서비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서를 쓸 때도 전문 용어보다 생활 언어, 권한 요청 전에 이유 설명, 로그인 없이도 코스 탐색 가능, 추천 결과에 이유를 붙이는 구조 같은 원칙을 계속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디자인이나 홍보 메시지를 정할 때도 꽤 중요한 기준이 됐다. 서비스가 똑똑해 보이는 것보다, 사용자가 "아, 나도 써볼 수 있겠다"고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다.
2. 기능 나열보다 사용자 흐름 중심으로 문서를 정리한 점
초반에는 기능 하나하나를 보면 다 중요해 보였는데, 중간쯤 오니까 중요한 건 기능의 개수가 아니라 사용자가 어디서 들어와서 어디까지 가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거라는 걸 더 분명히 느꼈다.
그래서 온보딩, 코스 추천, 기록 저장, 커뮤니티, 심사 대응을 따로따로 보지 않고, 하나의 서비스 경험 안에서 이어지도록 정리하려고 했다. 이 흐름이 잡히면서 팀 안에서 대화할 때도 기준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고 느꼈다.
3. 운영과 심사까지 기획 범위 안으로 끌어온 점
기획하다 보면 보통 정책 문서나 신고/차단, 테스트 계정, 심사 흐름은 뒤로 밀리기 쉽다. 그런데 세모산은 기록 공유와 커뮤니티 요소가 있는 서비스라서, 이런 부분을 나중으로 미루면 결국 마지막에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인정보처리방침, 이용약관, 운영정책, 앱 심사용 테스트 시나리오까지 기획 단계 안에서 먼저 다뤄본 건 PM 입장에서 꽤 의미 있었다. 적어도 지금은 출시 직전에 허둥대는 대신, 어떤 게 아직 비어 있는지는 알고 있는 상태가 됐다.
아쉬웠던 점도 분명히 있었다
1. 초반에 MVP 경계가 조금 더 빨리 정리됐으면 좋았겠다는 점
세모산 안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정말 많았는데, 그만큼 PM 입장에서는 "지금 꼭 필요한 것"과 "나중에 해도 되는 것"을 빨리 나눠야 했다. 그걸 중간 시점에 와서야 조금 더 단단하게 정리한 게 아쉽다.
처음부터 더 빠르게 핵심 가치, 후순위 기능, 출시 기준을 나눴다면 문서 작업과 논의가 더 효율적이었을 것 같다.
2. 세부 기능 상상이 전체 흐름보다 앞선 순간들이 있었던 점
온보딩 질문을 어떻게 할지, 커뮤니티 타입을 몇 개로 나눌지, 공동 기록은 어떻게 만들지 같은 세부 기능 고민은 늘 재미있다. 그런데 그런 고민을 하다 보면 전체 서비스 흐름과 연결이 약해질 때가 있었다.
중간 이후에는 문서 구조를 통해 어느 정도 잡아갔지만, 초반부터 같은 기준으로 밀고 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3. 역할 분담과 오너십을 더 빨리 선명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던 점
회의 기록을 다시 보면 초반에는 PM 내부 역할 분담이나 준비물 오너십이 생각보다 느슨하게 남아 있었다. 누가 어떤 문서를 책임지고, 정책 문서는 누가 쓰고, 심사용 데이터는 누가 챙기는지 조금 더 빨리 선명하게 만들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운 점
이번 세모산 프로젝트를 하면서 다시 느낀 건,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기획 문서는 전혀 다른 일이라는 점이었다. 서비스 방향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디자이너와 개발자, 운영 관점이 같은 그림을 볼 수 있게 정리해야 비로소 실행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사용자 경험을 설계할 때는 기능을 설명하는 것보다 다음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도 많이 느꼈다. 세모산도 결국 사용자가 앱을 처음 켰을 때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첫 산을 찾고, 기록을 남기고, 다시 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 흐름을 만드는 게 PM 역할이라는 걸 중간 시점에서 더 크게 체감하고 있다.
또 하나는, 출시형 프로젝트에서는 정책과 운영이 절대 부가 업무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록 공개, 신고, 차단, 계정 탈퇴, 심사용 테스트 시나리오는 나중에 붙이는 옵션이 아니라 처음부터 서비스 설계 안에 같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걸 다시 배웠다.
남은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지금 이후로는 기능을 계속 넓히기보다, 이미 정리한 흐름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기준에서 남은 핵심 우선순위는 이렇다.
- 온보딩 질문과 체력/경험 기반 추천 로직을 더 명확히 정리하기
- 커뮤니티 MVP 범위를 후기/질문/인증 중심으로 단단하게 고정하기
- 로그인 전/후 접근 범위와 권한 거절 대체 흐름을 더 선명하게 정리하기
- 앱 심사 대응 문서와 테스트 데이터 준비 책임을 구체화하기
- 문서 간 용어와 흐름을 통일해서 팀 전체가 같은 기준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들기
개인적으로 남기고 싶은 한 줄
중간 시점까지의 세모산은 아직 완성이라기보다 정리의 단계에 더 가깝다. 그래도 처음보다 훨씬 더 누구를 위한 서비스인지, 무엇을 먼저 구현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출시를 준비해야 하는지는 분명해졌다. 남은 기간에는 이 방향성을 흔들지 않고, 진짜 사용 흐름과 출시 준비까지 연결하는 PM 역할에 더 집중하고 싶다.